2012년 2월 21일 화요일

2월 셋째주 비밀들 (메일)


나는 공부안하는 고3이다.
왜 빠른 년생으로 태어나서 고3이 된 것일까?
나 다시 고2되서 다시 내 더러운 4.9등급 성적표를
1등급 남발하는 성적표를 만들고 싶어!
선생님, 친구들, 부모님 나 맨날 공부한 시간 거짓말친다.
10시간 12시간 했다고 거짓말 하는데
나 사실 30분도 안했어! 맨날 답지 훔쳐보고..
나도 이런 내가 싫어 밉다 진짜 미워,

아빠! 우리집은 언제쯤 부자가 될까요?
아빠가 하는 말들 맨날 믿었는데 그게 벌써 15년이래요.
점점 좁아지는 집, 밀린 월세, 밀린 관리비..없어진 차..
언제 돈에 울지않는 우리집이 될 수 있어?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맨날 비는데 안들어주시네!

나 벌써 재수하고싶어!! 9개월이나 남았는데..
그놈의 명문대라는게 내 발목을 잡고 안놓아주고 있어요.
꿈은 있는데 따라 따라가질 않으니!!! 멍청이가 여기있네!
진짜 언니따라 스페인이나 가버릴까?


 

20년을 살면서 우리집이 가난하다고
생각해 본 적 한번도 없어요.
대학교를 합격한 이 시점에서 내가 걱정
해야 할 것은 '공부'가 아닌, '등록금'이예요. 가난한 부모님을
탓해야 하나요? 터무니 없는 금액의
등록금을 받는 대학을 탓해야
하나요? 친구들은 나를
'이대생'이라고 불러요... ㅠ ㅠ



매일 밤 샤워를 끝내고 화장실 문을 열기 전에 생각해요.
 '이 문을 열면 나의 상상 속 세상이 있을거야'
하지만 보이는건 내 방 문 뿐이에요.
이런 현실이 저를 너무 슬프게 해요.
저는 상상 속 세상에서 더 행복하거든요.


    

난 2년째 탈모에 시달리고 있어요.
머리 긴 애들이 너무 부러워요. 나도 이렇진 않았거든요
저희 부모님은 항상 걱정해요. 왜 이렇게 됐을까.
병원에서 온갖 검사도 하고, 도 먹고, 지금도 치료하고 있어요
중학교때 친구들은 제가 탈모인걸 몰라요.
걔들을 만날 때 항상 가발을 쓰거든요. 밖에 외출할때도요
저도 빨리 머리가 자랐으면 좋겠어요. 저도 남들처럼 이쁜머리 하고 싶어요
하지만 전 치료가 굉장히 힘들거라는걸 알아요.
정신과 치료를 먼저 해야하거든요
왜냐면, 전 제 상한 머리칼스스로 뽑아내기 때문이에요
부모님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어요. 제 방 쓰레기통에 제 머리카락이
한가득이라는것도요.


 

엄마랑 함께 휴먼다큐를 보다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가족이 나오면 엄마는 제게 항상 그러세요. "저런 집도 있는데... 우리는 행복한 줄 알아야해. 부족한 것 없이 먹고 자고 입고 잘 생활 하잖아?"

하지만 엄마.. 난 그렇게 생각 안해요.
아무리 부족한 것 없이 먹고 자고 입고 잘 생활 한다 해도 내 기분은, 감정은 행복하지 않으니까요.
내가 힘들어하고 아프면 부모님은 위로는 커녕 오히려 잔소리하고 혼내잖아요?
그래서 난 언제나 우울했고 밤마다 울곤 했죠.
티 내면 또 혼날까봐. 별 일 아닌거 가지고 그런다고 혼날까봐...

죄송해요 엄마. 난 지금 행복하지 않아요.
너무 불행해요. 슬퍼요. 


 

제발 살 빼고 싶어요. 아무도 그렇게
봐주지 않아 고맙지만 전 사실 98kg
이에요. 그럼에도 거울을 보면 자꾸
상상속의 나를 찾아 헤메요.
엄마가 하는 욕들도 주변의 욕들도
사실은 너무 겁나고 무섭고 슬퍼요.
누가 먹는얘기만해도 식은땀이
나요. 올해도 살을 못빼면
나는 살 가치가 없어요.
이미 너무 많은것들을
버렸는걸요..
내자신이 너무 불쌍해요..

하지만
내일 아침에 다시
스팸을 꺼내 먹겠죠.
저는 살가치가 없어요.


 

제 친구는 항상 늘 우울해요. 이젠 그 우울이 저를 잡아먹는 것 같아요.
저는 그 친구를 온갖 문장과 단어들로 위로하지만, 실은 너무 지치고 속이 문
드러져요. 하지만 그 친구는 내가 저를 끔찍이도 아끼고 생각하는 줄 알걸
요? 걔가 자해하는 걸 혐오해요. 걔의 우울함을 혐오하고, 고민도 괴로움도
혐오해요. 제가 언제 제일 두려운지 아세요? 걔가 자기 고민을 말하려고
만나자고 애원할 때에요. 그래도 난 괜찮은 얼굴로 다 받아줘요. 사실 너무
말하고 싶어요. 너를 떠난 애들처럼 나도 떠나고 싶다고. 그래도 말하지
않아요. 소란 일으키고 싶지 않아요. 걘 또 자해를 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