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0일 화요일

11월 셋째주 비밀들 (메일)


디자인만보고 몇년을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노래가 부르고 싶어요

전 무대가 너무 좋아요



이번달 내야하는 사채원금이랑 이자가 육십만원.
이번달 내야하는 카드대금이 백오십만원.
화장품은 육개월 전에 다 쓰고 샘플로 연명중.
옷이 없어서 여름 청바지 가랑이 헤져도 입고
머리카락은 갈라지고 엉망으로 기르고 있는중
렌즈껴야 되는데 2년전에 맞춘 도수틀린 안경밖에
턱이 약해서 악관절 이상있다고 진단 3개월전.
돈 구하려고 1년동안 다닌 회사 퇴직 신청하고
엄마는 게임에 빠져서 돈 삼백 넘게 쏟아붇고
연년생 남동생은 6개월째 집에서 빈둥대고
죽고 싶어도 막둥이 둘이랑 오십넘은 아빠 때문에
이 버러지 같은 인생 견디면서 살아가는
난 스물다섯입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것도 모르겠어.
난 20살이 되었고, 이젠 성인인데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겠고,
내가 더 이상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어.
암흑 속에 혼자 있는 기분이야.
내 마음대로 히엔 눈치가 보는데
딱히 정해진 기준도 없는거잖아.



나는 거짓말을 해요
내말의 80%가 
거짓말이에요
그리고나도 내가 한
거짓말에 속아서
뭐가 사실인지몰라요



'난 결혼 안 할 거야'
'그런 애들이 꼭 먼저 하게 된다'
나 같은 사람들이
한국 땅에서 결혼하는건
쉬운일이 아니야
I'm lesbian

2012년 11월 4일 일요일

11월 첫째주 비밀들 (메일)


나는 하루에도 몇번이고 내 인생을 리셋하는 상상
을 했어. 마치 게임처럼 말이야. 인생의 모든게
다 두렵고 귀찮았어. 하지만 다시 태어나도 난 변
함없이 이모양 이꼴일거라 생각했지.

그런데 이제는 달라 난 이제 죽고싶지않
아. 리셋하고싶지않아. 당신이 있으니까. 당신
은 내 유일한 삶의 이유야. 너무 식상한 표현이라
화가나. 사랑해줘서고마워. 처음이자 내끝이 될사
랑. 이걸읽는모든이가 당신같은존재를 갖길 기도해



나만을 사랑하고 내가 없으면 죽어버리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모두 날 사랑해주면 좋겠다



난 여자에요
남자 연예인을 좋아하고
남자친구도 많이 사겼어요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같은 학교 여자친구가 좋아요
보면 심장이 콩콩 뛰고 설렌답니다
내가 양성애자라는 걸 알게된지
3년째예요.
하지만 어느 누구도 내가 그렇단 걸 몰라요.
"내 이야기를 친구 이야기인 척
얘기했거든요."



친구들은 제게 좋은 피부의 비결을 물어요.
그럴 때마다 제가 시도해 보지도 않은 피부 관리법을 알려주곤 해요.
좋은 피부의 비결은 타고나는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걸 꾹 참으면서요.



문자 메시지를 입력하다 'ㅋ' 을 써야할지 'ㅎ' 을 써야할지
눈치를 보는 겁쟁이가 되어 버렸고, 조금 멀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안부문자 보내는 것도 벌벌 떠는 바보가 되어 버렸지
피가 철철 흘러 넘쳐야만 아프다고 인정해주는 세상에서
나는 너무나 평범해서 좀 위로해줘요 라고 말하기도 미안해
정말 행복에 겨운 소리라는 거 잘 알고 있는데 가끔은
우리 집이 찢어지게 가난했더라면, 아빠가 없었더라면,
내가 지독한 왕따를 당했더라면 사람들이 내 상처에
더 귀 기울여 주었을까 생각해
학교에 가면 나는 또 밝고 총명한 아이가 되어 있겠지
뒤돌아서면 나는 노래를 들으면서 야한 생각을 하고
혹 누가 볼까 몰래 내가 좋아하는 같은 성별의 그 사람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고 검색창에 대안학교를 입력하며
부러워하는 아이인데 말이야



빨리 좋은 직장 가져서
우리 가족 빛 다갚고
행복하게 살고싶다
대출 얘기 좀 그만 듣고 싶다
내 자식들은 돈 걱정 안하게 할거야